영화 '우수' 포스터.

"얼마나 잘못 온 거야?"

대사가 현실적이고 상식적이었다. 일상에 투명한 카메라를 가져가 촬영한 느낌.

 

"일본으로 이민 갈 거다." 아니면 "사실 결혼했고 애가 둘 있어."

실없는 거짓말에는 무의식에서 새어나온 목적이 숨어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지만, 친했던 친구가 죽었으니 장례식은 방문하는게 도리.

설령 다른 의도가 있었더라도, 모두가 그걸 알고 있다고 해도 모르는 척, 능청스럽게 상식적으로.

"배 안고파?"
"안 먹어. 장례식장까지 참을거야."
"아무튼 휴게소는 들린다? 나 화장실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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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3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며 자책하던 양영희 감독의 눈물은 본인,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을 향한 원망 같기도 하였다.

나 또한 왜 더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 않았을까 자책하게 되었다.

 

영화에서는 닭 백숙을 만드는 장면이 총 세 번 나온다.

처음에는 도쿄에서부터 올라온 일본인 사위를 위해 어머니 강정희가 만들어준다.

그 다음에는 어머니가 사위와 함께 만들며 방법을 가르쳐주고, 그 방법을 토대로 마지막에는 사위 혼자서 백숙을 요리한다.

처음으로 딸 영희에게 4.3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을 때는 "끔찍한 일이 일어나니까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 70년이나 지났지만 4.3에 관해 인터뷰를 할 때에도 "내가 다 지난 일이라서 이제야 얘기하는거지"라며, 마치 금기된 이야기를 하듯이 이야기하던 강정희 씨.

총명한 눈빛에 항상 호탕하게 웃던 어머니는 치매의 증상이 심해지면서, 또 잊고만 싶었던 4.3 사건을 떠올리면서 조금씩 움츠러들기 시작한다.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4.3 희생자들을 기리는 수백 개의 위령비 앞에서 어머니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영희는 그제서야 "너무 힘든 일은 자꾸 떠올리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라고 하며 어머니를 위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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